새로운 마케팅 대행사를 찾을 때 가장 흔히 저지르는 실수는 화려한 포트폴리오와 견적서를 나란히 엑셀에 올려두고 비교하는 일입니다.
현업에서 "솔직히 어디가 제일 잘하나요?"라는 질문을 자주 받지만, 냉정하게 말해 계약 도장을 찍기 전까지 대행사의 진짜 실력을 검증할 수 있는 객관적인 방법은 사실상 없습니다.
문제는 대부분의 기업이 겉으로 드러난 '수치'에만 매달린다는 점입니다.
제안서의 수치를 그대로 믿으면 안 되는 이유
제안서에 적힌 숫자는 자신들에게 가장 유리한 잣대로 뽑아낸 데이터입니다.
- 기여 기간을 7일로 잡았는지 30일로 잡았는지
- 전환 기준이 '단순 상담 신청'인지 '실제 결제 완료'인지
- 집행 당시의 예산 규모, 브랜드 인지도, 성수기 버프가 어떠했는지
이 조건들이 하나만 어긋나도 완전히 다른 숫자가 됩니다.
서로 다른 기준선에서 만들어진 수치를 하나의 비교표에 모아두는 순간, 그 작업은 공정한 비교가 아니라 '단위가 다른 화폐를 환율 계산 없이 더하는 일'과 같아집니다. 표가 깔끔하게 정돈될수록 본질적인 판단은 더 흐려집니다.
정작 사고는 성과가 아니라 '계약서'에서 터집니다
마케팅 대행과의 관계에서 치명적인 문제는 성과 부진보다 불공정한 계약 조항에서 발생합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이 운영하는 온라인광고분쟁조정위원회 통계를 살펴보면, 분쟁 조정 신청 건의 91.7%가 계약금액 300만 원 이하의 소액 계약이었습니다.
주요 분쟁 원인 역시 광고 효율 문제라기보다는 과도한 중도 해지 위약금, 과장·허위 계약, 약관 오인 등이었습니다. 계약 규모가 작다 보니 서류 검토를 가볍게 넘기고, 문제가 생겨도 변호사 선임이나 소송 비용이 더 커서 결국 광고주가 손해를 떠안는 구조입니다. 성과 시뮬레이션보다 계약 조건을 뜯어보는 작업이 훨씬 앞서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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